Trunk Insights (4)

인플루언서 마케팅 프레임워크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인플루언서와 크리에이터를 캐스팅하는 일처럼 보이지만, 캠페인이 끝난 뒤에 남는 질문은 대부분 기준에 관한 것입니다. 무엇이 잘 됐는지, 어디서 막혔는지, 다음에는 무엇을 바꿀지를 같은 기준으로 말하지 못하기 때문에 평가는 사람마다 달라지고, 그 경험은 다음 캠페인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저는 그 기준이 프레임워크라고 봅니다.

인플루언서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인플루언서마다 메시지가 달라 브랜드가 표현을 세밀하게 통제하기 어렵고, 기준이 없으면 선택은 팔로워 수와 단가로, 평가는 조회수로 좁아집니다. 목적에서 시작해 진단하고, 설계하고, 평가하는 흐름을 이어 주는 프레임워크가 있어야 인플루언서를 선택하는 일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CDJ와 Messy Middle의 결합

2009년 McKinsey가 내놓은 CDJ(Consumer Decision Journey, 소비자 의사결정 여정)는 퍼널의 대안으로 제시되어 마케팅 프레임워크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소비자의 여정을 초기 고려, 적극 평가, 구매, 구매 후 경험의 네 단계로 나누기 때문에, 단계마다 지표로 지금 어디가 부족한지를 가르는 데 이만한 기준이 없습니다. 다만 그 단계 안에서 무엇이 소비자의 선택을 기울이는지까지는 다루지 않고, 실무에서는 단계가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처럼 쓰이는 일도 많습니다.

2020년 Google이 발표한 Messy Middle은 바로 그 구간을 루프(Loop)로 설명합니다. 소비자가 탐색(선택지를 넓힘)과 평가(선택지를 좁힘)를 수없이 오가고, 이 루프를 기울이는 것이 6가지 인지 편향이라고 봅니다. 반면에 탐색과 평가의 과정에서 루프가 몇 번 돌았는지 측정하기 어렵고 단계별 KPI도 잡기 어렵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두 모델은 서로의 빈 곳을 채웁니다. CDJ는 소비자의 여정을 단계로 나눠 어디가 막혔는지 진단하고, Messy Middle은 탐색과 평가의 루프에서 소비자가 어떤 편향에 반응하는지를 바탕으로 그 자리에 어떤 콘텐츠를 넣을지 알려 줍니다. 둘이 결합되면 "적극 평가 단계의 반응이 낮다"는 CDJ의 진단이 곧바로 "어떤 편향으로 메시지를 고칠까"라는 질문이 됩니다. 트렁크는 이 두 모델을 결합해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프레임워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도표 1. CDJ는 위에서 재고, Messy Middle은 아래에서 설계합니다
도표 1. CDJ는 위에서 재고, Messy Middle은 아래에서 설계합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접목하면

이 프레임워크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에서 세 가지 질문에 답해 줍니다. 이 캠페인의 목적은 무엇인지, 소비자는 지금 어느 단계에서 막혀 있는지, 그 자리에 어떤 편향을 근거로 어떤 전략적 접근을 선택할지입니다. 여기서 6가지 편향이 전략의 근거이자 단계별 메시지 가이드가 됩니다. 카테고리 휴리스틱(핵심 스펙의 짧고 명확한 요약), 지금의 힘(기다릴수록 약해지는 매력), 사회적 증거(타인의 추천과 후기), 희소성(재고나 시간이 줄수록 커지는 욕구), 권위(전문가와 기관의 검증), 무료의 힘(사은품이 주는 강한 자극)입니다.

중요한 것은 한 병목에 쓸 수 있는 편향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어떤 편향을 고르느냐에 따라 브리프와 캐스팅이 달라지고, 그 선택이 곧 전략입니다. 편향이 정해지면 어떤 인플루언서가 맞는지 보이고, 단계가 정해지면 무엇으로 확인할지 보입니다.

도표 2. 구매 직전까지 탐색과 평가를 오가고, 편향이 방향을 바꿉니다
도표 2. 구매 직전까지 탐색과 평가를 오가고, 편향이 방향을 바꿉니다

예시: 신규 브랜드의 초기 시장 진입으로 본 프레임워크

이 틀로 앞선 글 「영향력은 취향에서 나옵니다」의 사례를 다시 읽어 보겠습니다. 해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가 한국에 들어오는 캠페인이었고, 목적은 노출이 아니라 런칭 초기에 브랜드를 대표할 코어 타깃을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케팅 목적으로 보면 자산을 쌓는 브랜드 마케팅입니다.

국내에서 이 브랜드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던 때라 병목은 초기 고려였습니다. 이 단계에서 쓸 수 있는 편향은 여럿입니다. 한정 수량으로 희소성을 줄 수도 있고, 후기를 모아 사회적 증거를 쌓을 수도 있습니다. 이 틀로 읽으면 이 캠페인의 선택은 권위였습니다. 브랜드의 특징인 오버사이즈 핏을 가장 멋있게 소화하는 사람들이 댄싱 커뮤니티의 전문 댄서였고, 그 사람들이 입는다는 사실보다 센 신호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댄서가 입는 핏"이라는 한 줄이 핵심 스펙을 대신 설명하는 카테고리 휴리스틱 역할을 했습니다. 인플루언서도 댄서 커뮤니티 안의 사람들로 구성했고, 브랜드는 "스트릿 댄서들이 실제로 즐겨 입는 옷"으로 자리를 잡아 커뮤니티 안에서 자연스럽게 회자되었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간다면 다음 병목은 적극 평가입니다. 커뮤니티 안에서 이름이 오르내려도 오버사이즈 핏은 직접 입어 봐야 판단이 서는 옷이어서, 소비자가 비교를 끝낼 곳이 필요합니다. 이번에는 사회적 증거가 맞습니다. 팝업에서 방문객이 직접 입어 보고 댄서들이 그 자리에서 입은 모습을 보여 주면 비교를 끝낼 근거가 됩니다. 아이디어 단계입니다. 같은 병목에서 희소성을 고르면 한정 수량 팝업이라는 전혀 다른 설계가 되고, 어느 쪽이든 편향 하나를 고르는 일이 곧 전략을 고르는 일입니다.

도표 3. 해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한국 진출, 단계마다 병목을 진단하고 편향을 고릅니다
도표 3. 해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한국 진출, 단계마다 병목을 진단하고 편향을 고릅니다

두 단계로 읽은 사례를 네 단계 전체로 펼쳐 보면 어떻게 될까요. 아래는 미국에 막 진출하는 K-뷰티 브랜드를 가정한 정리입니다. 같은 인플루언서를 모든 단계에 쓰지 않고, 단계마다 병목에 맞는 캐스팅과 편향, 브리프, 확인 지표가 따로 정해집니다.

도표 4. 가상의 미국 진출 K-뷰티 브랜드, 단계마다 진단에서 KPI까지 한 줄로 이어집니다
도표 4. 가상의 미국 진출 K-뷰티 브랜드, 단계마다 진단에서 KPI까지 한 줄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전체를 펼쳐 놓으면 이 프레임워크는 전략을 세우고, 평가하고, 수정하고, 모니터링하는 하나의 순환이 됩니다. 전략은 단계마다 병목을 진단하고 편향을 골라 브리프를 짜는 데서 나옵니다. 평가는 같은 단계의 KPI로 결과를 확인하는 일이고, 수정은 KPI가 낮은 칸에서 편향이나 캐스팅 하나를 바꾸는 일입니다. 모니터링은 다음 캠페인에서도 같은 칸을 같은 기준으로 지켜보는 데까지 이어집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프레임워크의 한계와 이점

한계는 분명합니다. 단계 구분은 진단을 위한 칸일 뿐이고 실제 소비자는 단계를 넘나듭니다. 그래서 CDJ의 칸은 소비자가 가는 길이 아니라 우리가 막힌 자리를 찾는 지도로 씁니다. Messy Middle은 성과 측정용이 아니라서 정량화는 CDJ가 맡고, 연구 설계상 가격 변수가 빠져 있어 가격 경쟁력이 큰 카테고리는 편향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틱톡이나 릴스처럼 트리거와 구매가 붙는 숏폼에서는 루프를 압축해서 써야 합니다.

그래도 저는 틀을 가지고 가는 쪽이 낫다고 봅니다. 한계는 있지만 이점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틀이 있으면 가설을 세워 검증할 수 있고, 같은 틀 안에서 우리의 이전 캠페인이나 경쟁사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 캠페인마다 같은 질문으로 판단하니 잘된 이유와 안 된 이유가 기록으로 남고, 다음 브리프에서 바꿀 것이 하나로 좁혀집니다. 틀이 틀렸더라도 기준이 있어야 어디가 틀렸는지 보입니다. 다만 캠페인 전에 브랜드 검색량 같은 기준값을 먼저 재 둬야 무엇이 좋아졌는지 말할 수 있습니다.

다음 브리프를 쓰기 전에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우리 브랜드는 지금 어느 단계에서 막혀 있고, 그 자리에 어떤 편향을 고를 것인가?"

트렁크는 이 프레임워크를 가지고 브랜드의 인플루언서 마케팅 캠페인을 돕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