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nk Insights (3)

크리에이터 vs 인플루언서,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최근 한 국내 제조 기업과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주제로 짧게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북미 시장에서 젊은 세대에게 새롭게 다가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곳이었습니다. 이런 산업재 성격의 제품은 인플루언서가 새롭게 보여 주기 어렵습니다. 타이어가 대표적입니다.

저는 이런 브랜드일수록 인플루언서에 앞서 크리에이터와 같이 만드는 길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B2B 성격이 강한 제품은 크리에이터와 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제품을 그대로 홍보하기 어려운 브랜드에는 제품의 핵심 소구점을 창작물로 풀어 줄 파트너를 고르는 방법이 있다는 말입니다.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는 쓰는 곳이 다릅니다

인플루언서만큼 자주 들리는 말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입니다. 창작자가 콘텐츠, 제품, 서비스를 만들어 플랫폼으로 오디언스에게 직접 전달하는 경제를 뜻하고, 인플루언서 이코노미라고도 부릅니다. 골드만삭스는 이 시장이 2024년 약 2,500억 달러에서 2027년 약 4,800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 경제 안에서는 인플루언서와 블로거까지 모두 크리에이터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인플루언서 마케팅에서는 둘을 나눠서 보는 쪽이 더 전략적입니다.

시러큐스대 Center for the Creator Economy가 10월에 공개한 연구가 하나의 단서가 됩니다. 미국 성인 989명 설문에서 83.7%가 오랜 시간 쌓아 온 craft(장인의 기술)에 대한 헌신을 크리에이터의 기준으로 꼽았습니다.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가 다르다고 본 응답도 66.7%였습니다. 이 연구는 40건의 인터뷰와 함께 사람들이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물은 조사입니다. 어느 쪽 성과가 높다는 결과는 아닙니다.

저는 사람들이 이렇게 가르는 이유가 크리에이터에게 작품이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크리에이터는 오랜 시간 장인처럼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활동으로 커뮤니티와 팔로워를 모았습니다. 인플루언서는 이미 있는 1차 제품을 2차로 가공해 콘텐츠로 만들고, 그 의미와 가치를 도달력으로 전달합니다.

도표 1. 인플루언서와 크리에이터의 역할 비교. 우열이 아니라 목적의 차이입니다.
도표 1. 인플루언서와 크리에이터의 역할 비교. 우열이 아니라 목적의 차이입니다.

하는 일이 다르니 쓰는 곳도 다릅니다. 트렌드, 브랜딩, 판매 현장에서는 인플루언서의 활약이 큽니다. 소비재라면 대부분 인플루언서로 충분합니다. 크리에이터가 낫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목적에 맞는 쪽을 고르자는 이야기입니다.

1차 제품이 정하는 한계

인플루언서의 경쟁력은 1차 제품을 얼마나 창의적이고 매력적으로 표현하느냐에 있습니다. 그래서 2차 가공의 폭은 넓지만, 그만큼 1차 제품의 성격에 영향을 받습니다. 한계도 거기서 나옵니다.

인플루언서가 하는 일은 이미 있는 제품을 더 많은 사람 앞에 놓는 일입니다. 제품이 소비자 손에 바로 닿는 구조라면 이 방식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반대로 구매 결정이 중간 단계에서 일어나면 도달이 구매로 이어지는 길이 짧아집니다.

타이어가 그런 경우입니다. 타이어와 소비자 사이에는 이미 대리점이 있습니다. 대리점이 추천과 설명을 맡는 KOL 역할을 하고 있어서, 인플루언서가 타이어를 새롭게 프레젠테이션할 여지가 좁습니다. 그래도 북미 시장에서 브랜드를 알리려면 인플루언서의 힘이 필요합니다. 이 막힘을 어떻게 풀 것인가가 이번 글의 질문입니다.

제품을 그대로 보여 주기 어렵다면 제품이 말하는 핵심 소구점을 꺼내야 합니다. 그 소구점을 창작물로 풀어 줄 사람이 크리에이터입니다.

패션으로 번역된 타이어

실행된 사례는 아니고 아이디어 단계입니다. 타이어의 본질은 Grip입니다. 타이어 자체를 보여 주는 대신 Grip이라는 소구점을 들고 MZ세대에게 다가가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MZ세대가 쉽게 받아들이는 물건은 신발이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아웃솔을 타이어 고무와 결합한 리폼 슈즈를 제안했습니다.

이 분야에는 이미 좋은 사례가 있습니다. LA의 슈즈 공방 Goods & Services(@shopgoodsandservices)입니다. 2019년에 문을 연 이 공방은 스니커즈와 부츠를 리폼해서 아웃솔의 고무 부분까지 작품으로 풀어냅니다. 인스타그램에는 Vibram의 Arctic Grip 아웃솔로 빈티지 나이키 ACG 부츠를 다시 만든 작업도 올라와 있습니다. Grip이라는 단어가 이름에 들어간 아웃솔이 하나의 작품이 되는 장면입니다. 제 제안은 이 자리에 타이어 회사의 고무를 넣는 것입니다.

Grip이라는 메시지를 설명하지 않고 신발이라는 물건으로 전달합니다. 타이어를 패션의 언어로 번역하는 일입니다. 이 번역은 창작물을 만드는 크리에이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입니다. 실행과는 별개로, 크리에이터와 전략적인 접근을 고민해 볼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도표 2. 브랜드 소구점에서 커뮤니티 소구까지의 협업 흐름.
도표 2. 브랜드 소구점에서 커뮤니티 소구까지의 협업 흐름.

크리에이터에게는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핵심은 크리에이터의 창작물과 브랜드의 소구점을 어떻게 잇느냐입니다. 크게 네 가지로 봅니다;

  1. 선정. 팔로워 수보다 무엇을 얼마나 오래 만들어 왔는지를 봅니다. 포트폴리오, 작업 방식, 그 사람만의 유니크함이 기준입니다. 여기에 두 가지를 더 확인합니다. 그 작품이 우리 소구점과 이어지는지, 그 크리에이터의 팔로워가 우리가 소구하고 싶은 타깃인지입니다. 팔로워가 많아도 타깃이 다르면 협업의 가치가 줄어듭니다.
  2. 과정부터 함께하고 지원합니다. 브리프로 표현을 통제하지 않고, 목적과 금지선만 주고 만드는 방식은 맡깁니다. 대신 소재, 제작비, 일정 같은 지원은 브랜드가 책임집니다. 제작 과정 자체도 콘텐츠가 됩니다. 신발 한 켤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크리에이터가 자기 채널에서 보여 주면, 브랜드는 결과물이 나오기 전부터 이야기를 쌓을 수 있습니다.
  3. 결과물을 레버리지합니다. 완성된 신발은 그 자체로 콘텐츠이고, 브랜드 메시지를 담은 창작물입니다. 캠페인의 중심 콘텐츠로 쓸 수도 있고, 광고 소재로 쓸 수도 있고, 매장 전시로도 이어집니다. 창작물을 더 큰 가치로 키울 수 있는지를 협업 전에 따져 봅니다.
  4. 목적을 다시 정합니다. 도달이 목적이면 인플루언서가 맞습니다. 브랜드 메시지를 담을 물건이 필요하면 크리에이터와 같이 만듭니다. 마지막에 결과물을 인플루언서가 퍼뜨리면 두 역할이 이어집니다.

이 방식이 맞지 않을 때

이 방식이 늘 답은 아닙니다. 제작 기간이 길고, 결과물의 완성도를 미리 장담할 수 없습니다. 크리에이터의 창작 영역을 존중해야 하니 브랜드가 표현을 세밀하게 통제하기도 어렵습니다. 타이어 고무를 신발 밑창으로 쓸 수 있는지도 소재 검증이 필요합니다. 도달 자체가 목적이라면 인플루언서가 더 빠르고 확실합니다.

이 협업의 결과물은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창작물입니다. 그래서 도달 수만으로 보지 않고, 크리에이터의 커뮤니티에서 얼마나 저장되고 공유되는지, 우리가 소구하고 싶은 타깃에게 메시지가 닿았는지를 함께 봅니다.

창작은 협업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물이 브랜드를 알립니다. 크리에이터와의 일은 협찬이 아니라 콜라보레이션입니다.

파트너를 찾기 전에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우리는 크리에이터가 필요한가요, 인플루언서가 필요한가요?"

출처: Goldman Sachs Research, "The creator economy could approach half-a-trillion dollars by 2027". Syracuse University Center for the Creator Economy, "Creator, Defined" (2026년 10월 공개, 미국 성인 989명 설문 및 40건 인터뷰). Goods & Services 인스타그램 @shopgoodsandservices.

트렁크(trunkand.com)는 한국 브랜드의 미국 진출을 인플루언서로 돕는 GTM 에이전시입니다.